내 친구 소정이 - 안채영의 청춘다이어리
내 친구 소정이 - 안채영의 청춘다이어리
어제는 내 친구 소정이에게 충고를 조금 했었다.
서울에 올라와서 함께 산 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직장 구할 생각은 없이 집에서 나태해진 모습만을 보이길래 답답한 마음에 충고를 했었다.
그러자 소정이는 내가 이야기를 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내가 밖에 나갔다오자, 자신이 쓴 편지를 보이며 내게 읽어보라고 권했다.
글을 쓰는 내내 자신을 믿고 이해해 달라고 하는 소정이...
내 마음도 충분이 이해한다고 하는 소정이...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서 샤워를하고 머리를 빗는데,
소정이의 연습장이 눈에 띄여서, 살며시 연습장을 들춰보았다.
하지만 오늘 연습장을 보았을때 소정이는 믿음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글로 표현하고 있었다.
'철은 없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만은 있었던 어린시절...
철은 들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은 없어진듯한 현재의 모습...'
글을 읽으면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참으로 여리고도 정이 많은 소정이...
내가 하는 작은 말에도 상처를 받은 여린아이였다.
생각도 많고 똑똑하지만,
밝지 못한 성격에 그것을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난 소정이의 어릴적 아픔을 감싸주고 싶었고,
밝고 당당한 모습으로 바꿔주고 싶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소정이는 어릴적 그대로인데, 나만 달라진걸까?
이제는 믿음보다는 그녀가 빨리 현실적으로 안정된 위치에 놓이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커졌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 보다는, 내가 바꿔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의 욕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말없이 묵묵히 믿어주면서, 상대방이 원할 때 도와주는 사람.
소정이와 나는 지금까지 자라온 환경도, 사고방식도 너무나 다른데,
나와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길 바라는건 지나친 욕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지켜보자.
묵묵히 믿어주고, 그녀가 안정을 취할때까지 기다려주자.
세상이 정말 정이 넘치고, 착한 사람들만 모여사는 곳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성공이나 욕망보다는, 착한 사람들만 복을 받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가 들수록 점점 현실을 알게되고,
그 현실 속에서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내 자신에게 익숙해 지다보니,
예전의 그 순수함과 정의감이 조금은 사라진 것 같다.
소정이가 보기에는 내가 변했다고 생각하겠지...
오늘 아침은 마음이 씁쓸하다.
2006.07.01 안채영의 청춘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