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거울 - 안채영이 청춘다이어리
마음의 거울 - 안채영의 청춘다이어리
여성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소지하고 다니는 손거울.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그 자그마한 창을 통해 나의 외모를 들여다보며, 가꾸곤 한다.
단지, 누군가에게 나를 내보이기 위해, 얼굴이 예쁘건 못생겼건 간에 우리는 외모를 가꾸어야만 한다.
중요한 사람이라도 만나게 되는 날이면 매끈매끈한 피부는 어김없이 여성들의 희생양이 되어야만 한다.
화장이 없으면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줄어드는 부자연스러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생각은 너무나도 가식적인 아름다움에만 길들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일요일아침 모처럼 가족과 함께 산에 올라갔다.
산줄기가 마디마디 힘차게 뻗어내린 모습이 아주 믿음직스럽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선 모습이 참으로 보기가 좋다.
문득,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모두가 한결같이 얼굴에는 웃음을 머금고 있다.
누군가가 그랬던가?
산을 자주 등산하는 사람은 자연을 아주 많이 닮은 사람이라고.
남에게 내보이는 외모보다는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고..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침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여성들 중엔 화장을 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가족, 혹은 부부끼리 등산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다정해 보인다.
이 사람들은 행복의 참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겠지?
물질적인 것 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이겠지?
조금 더 윗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 양쪽에는 벚꽃이 한창이다.
겉 모습이 아름다운 벚꽃네들은 마음까지도 아름다운가보다.
결코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 인간들에게 나누고 베풀면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줄 뿐이다.
주위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아마 오늘의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서겠지.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순간, 나는 지금까지의 아름다웠던 감정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누군가가 버리고 간 카메라 필름상자에서부터, 비닐봉지, 아이들이 마구 버리고 간 아이스크림 막대기..
자연 속에서 그렇게 즐거워하던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다시 한번 벚꽃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아스라지게 내리쬐는 맑은 태양 아래서, 벚꽃나무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그늘져 보였다.
벤치에 앉았다.
잠시 앉아서 명상에 잠겨본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다양하고 풋풋한 표정들.
모두들 자연 속에 자신을 내맡긴 채 즐거워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슬픔의 감정이 밀려온다.
지칠 줄 모르고 베풀기만 하는 자연에게 우리 인간은 과연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또한, 우리는 자연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거리로 나가보면 자동차 속의 매연이나, 사람들의 양심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나만을 생각하고, 누군가를 이용하며,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이 오히려 물질문명이 발달하기전의 옛날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들은 옛날보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거울을 보는 시간은 훨씬 많아졌다.
그런데 마음의 문은 왜 더 굳건히 잠그게 되었을까?
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식이 부모에게 칼을 휘두르고, 제자가 스승을 고소해버리는.. 이런 세상이 오게된 것일까?
사람이 행복하려면 양심으로,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 가야한다.
나무가 있어서 내가 숨을 쉴 수 있다는 자체 하나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문득, 예전에 떠나보낸 나의 소중한 친구 두 명이 떠오른다.
정말 소중한 친구였지만, 나의 분신과도 같은 친구였지만, 그 행복했던 시간들이 지금은 나에게 상처로 남아있다.
세상에 자꾸만 부딪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약해지고, 강해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도 사람을 믿고 싶고, 그래도 이 세상이 밝아질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내게는 인생의 철칙이 하나 있다.
내가 한 사람을 만남으로 인해, 이 세상이 희망찬 세상이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
그리고 꿈을 심어주는 것.
이것은 항상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의 철칙으로 삼고 있다.
모두들 마음의 거울을 보자.
외모는 시간이 지나면 주름이 생기고 색깔이 변해버리는 꽃과 같은 것이지만,
마음의 꽃은 영원히 피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외친다.
마음의 거울이야말로, 나를 대변해주는 진정한 거울이라고.
모두들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 보자고......
2004.04.23 안채영의 청춘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