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식당]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서유럽연수 - 안채영의 청춘다이어리[월간식당]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서유럽연수 - 안채영의 청춘다이어리

Posted at 2011. 12. 6. 01:13 | Posted in † 언론기사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서유럽연수



 

가을이 제법 무르익을 즈음 본사 서비스아카데미에서는 ‘서유럽 외식산업 연수’에 나섰다. 총 28명으로 구성된 미식원정대의 여정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에 우표공화국으로 불리는 리히텐슈타인까지 총 6개국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2011년 10월 10일부터 21일까지 10박 12일간의 기간 동안 가슴 벅차게 행복한 순간이 많았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명소 몇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에디터/육주희 편집장, 글/사진/안채영(경희대학교 조리외식경영학 박사과정)

 

 

공통 관심사 지닌 사람들이 함께 한 최고의 여행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어디에 함께 있었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듯 이번 서유럽연수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외식업에 종사하시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외식업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고 한국의 외식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큰 포부를 품고 박사공부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기에는 아직 내 자신이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 서유럽 연수를 통해 나는 외식인으로서의 가치관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라는 한비야의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외식연수였다.
연수를 함께 한 구성원 대부분이 외식기업 또는 업소의 대표라 우리 모두의 관심은 단연 ‘레스토랑’이었다. 공통의 관심 분모가 있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여행과 공부를 동시에 즐기니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다. 내가 외식업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레스토랑하면 떠오르는 미슐랭의 별!

첫 방문지는 프랑스 파리다. 파리에서 내 마음을 가장 크게 사로잡았던 레스토랑은 오랫동안 미슐랭의 별 3개를 유지하다가 얼마 전 별 1개로 떨어진 「라 뚜르 다르장(La Tour d’Argent)」이었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이기에 새로 생겨나는 레스토랑들과의 경쟁에서 조금 밀려나긴 했지만, 내가 가서 느낀 라 뚜르 다르장은 음식이 아닌 문화를 팔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시대를 거슬러 영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레스토랑은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삼총사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알레상드르 뒤마의 작품에도 나왔으며, 라따뚜이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라 뚜르 다르장은 세느 강과 노트르담 성당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최고의 입지에서 프랑스의 향기를 고스란히 느끼며 식사를 하는 내내 우리는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었다. 레스토랑의 역사가 오래되고 명성이 높은 만큼 케네디, 레이건 등을 비롯한 세계 최고의 명사들이 다녀간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라 뚜르 다르장은 아주 근사한 박물관에 있는 느낌을 주었다. 한 건물 안에서 레스토랑의 역사와 발자취, 음식과 프랑스 문화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이곳은 ‘살아있는 레스토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리고기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다는 것이었다. 어우러진 재료의 맛과 모양이 창의적이면서도 재미있었다. 오감으로 음식을 맛보며 외식업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보드빌(Vaudeville)」에서 먹었던 달팽이요리 또한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삼계탕이 서민들의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음식이라면, 프랑스에서는 달팽이요리가 보양식으로 통하는 대표요리라고 한다. 버터와 마늘, 허브 소스의 달팽이 요리를 애피타이저로 즐긴 후 제공된 감자 그라탕을 곁들인 럼스테이크도 좋았다. 다만 후식으로 제공된 플로링 아일랜드 크림은 다소 느끼한 감이 있어 샤베트가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은 샹제리제 거리 한가운데 위치한 「포켓(Fouguet’s Paris)」레스토랑이다. 1901년에 오픈한 레스토랑으로 채플린, 디트리히, 루즈벨트 등 프랑스의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았던 명소다. 우리를 안내한 곳은 2층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룸이었다. 이곳에서 과일을 곁들인 푸아그라와 오리고기, 송아지고기 스테이크와 함께 샴페인과 와인을 즐기며 파리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했다. 디저트로는 바질향의 크림을 곁들인 레몬과 붉은 과일 샤블레가 나왔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 방문도 무척 인상깊었다. 이곳은 외식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다녀오고 싶어 하는 명소다. 한국,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를 비롯한 전 세계 20여 개국에 분교를 두고 요리, 제과, 제빵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은 세계적인 셰프가 되어 외식업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비록 직접 조리를 해볼 수는 없었지만 진지하게 조리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투박하지만 독일인들처럼 정직한 맛

2박 3일간의 프랑스 일정을 뒤로하고 방문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에서는 연수를 하며 둘러본 레스토랑 중 콘셉트가 가장 재미있는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530년의 역사와 함께 사과주스의 원조로 유명한 독일의 「아돌프 와그너(Adolf Wagner)」 레스토랑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유명한 향토음식은 사과와인(Apple Wine)이다. 그래서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대부분 사과와인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이러한 곳을 ‘사과주점’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송아지 족발을 오븐에 구워 마치 우리나라의 족발처럼 조리한 ‘슈바인학세(knuckle of beep)’라는 요리가 유명하다. 이곳에서 우리는 슈바인학세와 와인에 절인 양배추 피클, 소시지를 주문해서 사과와인과 함께 먹었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세 번 놀랐다. 첫 번째는 소의 정강이를 아주 커다란 족발 그대로 손님에게 제공한다는 것에 대해 놀랐고, 두 번째는 쫄깃쫄깃하고 짭짤한 수제소시지가 너무 맛있다는 점에 놀랐다. 세 번째는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니면서도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표정을 지으며 밝게 일하는 웨이터들을 보고 놀랐다.
레스토랑 운영은 고객에게 ‘문화’와 ‘추억’을 파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다. 와그너 레스토랑은 그 지역을 찾는 고객에게 지역특산품에 대해 확실히 각인시켜 주었으며, 시각적으로 깜짝 놀랄만한 메인요리와 맛을 선사해줬다. 또한 웨이터들의 밝고 유머러스한 서비스는 오랫동안 독일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요들송이 들려올 것만 같은 스위스 루체른의 ‘리기’

연수 5일째, 일행은 독일에서 스위스로 향했다. 이곳은 여행 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명소였다. 스위스 루체른 리기산 중턱에 위치한 에델바이스 호텔이 그곳이다.
협궤 열차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을 때에는 한밤중이라 어두워 주위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호텔 아래로 커다란 호수처럼 온 산 아래 운무가 깔린게 아닌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는 깊이 감동해 숨이 막힐 정도였다.
에델바이스 호텔은 100여 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운영하는 「리기 칼트바그(Rigi Kaltbad)」에서는 저칼로리, 저지방, 고단백의 영양을 갖춘 사슴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던 기간이 사슴고기를 스테이크로 맛볼 수 있는 짧은 시즌이었던 덕분이다. 유럽이나 호주에서는 고급 요리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잘 먹지 않는 음식이라 생소하면서도 독특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유럽에는 오래된 역사를 가진 레스토랑이 참 많다. 500~1000년 된 레스토랑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유럽 외식산업의 전통성을 부러워하며 7일째 우리는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우리는 600년의 역사를 지닌 「골드너 아들러(Goldener Adler)」레스토랑를 방문했다.
스테이크를 먹는 동안 내 머릿속 테마는 ‘레스토랑의 전통성’이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 상반된 느낌의 내·외부 모습이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잘 보존된 한옥 안에 한국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외식업은 맛, 서비스, 분위기가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영주의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식업은 음식 그 이상의 가치를 창조해내는 일이다. 대대손손 물려가며 그 나라 혹은 그 지역의 문화와 전통성을 레스토랑 안에 담아내는 일, 그 얼마나 멋지고 위대한 일인가.
골드너 아들러를 방문하면서 ‘식당은 그 자체가 문화이고 가치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면, 레스토랑은 영원한 문화적 가치를 남긴다.

 

영혼마저 자유로운 도시 이탈리아 ‘베니스’

여행도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러 아쉬움이 커져갈 때 우리 일행의 마지막 방문지는 자유로운 영혼의 나라 이탈리아였다.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레스토랑은 이탈리아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에 있는 「카페 플로리안(Caffe Florian)」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 카사노바가 애용한 카페로 유명하며 1720년에 문을 열어 괴테, 루소, 나폴레옹, 니체 등의 수많은 문학가, 예술가, 정치가들이 사랑한 곳이기도 하다.
산마르코 광장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여기에 결혼화보촬영을 막 마친 신혼부부가 함께 댄스를 추기도 하고, 광장을 둘러싸고 아름다운 연주가 곳곳에서 들린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일주일정도 여유 있게 머물다가 오고 싶을 만큼 참으로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고대문화유적지가 있는 폼베이와 세계 3대 미항으로 유명한 나폴리의 대중식당에서는 제대로 된 나폴리 피자와 스파게티,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서유럽 외식산업 연수를 뒤로하며…

유럽여행을 하는 내내 가장 많이 되돌아보고 생각했던 나만의 테마는 ‘한국문화’였다. 한국문화는 잠재력이 있으며 스토리텔링을 하여 세계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들이 무궁무진하다. 유럽을 여행하며 부러웠던 점은 유럽에는 오랫동안 잘 보존된 유물, 유적이 참 많다는 것이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물 자체가 500~1000년 된 경우도 많다. 자신들의 문화를 소중하게 아끼고 보존하겠다는 의지는 한국인들이 반드시 배워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짧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알찬 여행을 마친 일행들. 저마다 느낀 것도, 생각한 것도 다르겠지만 단 한가지 마음에 품은 공통점은 ‘열정’이었다. 달리는 차 안은 그야말로 우리를 위한 미니 강연장이었다. 나라와 나라 간의 이동시간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어졌던 박형희 대표님의 강의는 우리들 마음에 ‘열정’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함께하신 대표님들의 성공스토리는 한편의 드라마였고,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다.
‘열정이란 우리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깊고 진실된 흥분’이라고 강조했던 박형희 대표님의 말씀처럼, 이번 여행이 내 마음 속에 큰 열정 하나를 품게했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안채영의 청춘다이어리

월간식당 통권 321호 2011-12-06

출처 : http://month.foodbank.co.kr/section/section_view.php?secIndex=2759&page=1&section=001002&back=S&section_list=others.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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